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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라, 움직이면 쏜다!!!" 군대얘기 한토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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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이려성 작성일08-04-25 조회1,091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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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얘기 한토막 "MBC 라디오 양희은 강석우의 여성시대중 목요일 남성시대 단필충"에 올렸던 글인데 방송은 안됐지만 한번 올려 봅니다. 재밌게 읽어 주세요.^^


 


참모병장 장용님 그리고 양희은 강석우님 세상에 빛과 소금이 되는 방송 항상 고밥고 즐겁게 듣고 있는 왕애청자 입니다. 특히 매주 목요일 단필충을 들으면서 너무 즐겁고 옛생각이 새록새록 솟아나 아주 즐겁게 듣고 있습니다.


 


저는 학사장교로 입관해서 특전사 5공수 특수전 여단으로 배치 되었습니다.  저는 학교 다닐때 운동부였기 때문에 체력은 자신있었습니다.  그러나 전입간 팀의 팀원이 (특전사는 중대가 극히 소수라 팀이라고 합니다) 전부 중사이상 간부이니 체력, 경력, 자신감이 넘치던 팀이였습니다. 요즘 말하는 우리 여단의 탑팀이였습니다.  잔뜩 긴장하고 시작한 소위생활,  특전사는 장교라고 전혀 열외가 없고 오히려 더욱 가혹한 잣대가 들이대어졌습니다. 


 


전입 3일째, 대대 간부 끼리 편을 나눠서 축구를 하였습니다. 군기가 바짝 들어 거의 전투 수준의 축구를 하던 저는 그만 실수로  상대팀 선임하사의 다리를 걷어찼는데 그만 다리가 부러지고 말았습니다.  미안한 마음으로 다음날 음료수를 사가지고 그 선임하사를 찾아갔습니다. 그런데 사과하는 저를 보고 그 선임하사가 아니 괜찮다고 오히려 고맙다고 까지 말하는 겁니다.  "아니 고맙다니..."  저는 어이가 없었지만 그 이유를 알기 까지는 얼마 걸리지 않았습니다.  그건 바로 일주일 후에 실시된 "대대전술종합훈련" 이른바 천리행군 이라는 훈련을 하는데 부상으로 제외됐기 때문이였던 겁니다.  뭔가 찜찜한 마음으로 소위전입가서 첫훈련이 그렇게 시작 되었습니다.   가끔 보병부대에서 수색대등에 있던 친구들이 천리행군 우리도 해봤다라고 특전사의 훈련을 얕보는 경우가 종종 있어 이 자리를 빌려 밝혀 드립니다. 특전사의 천리행군이라는건 흔히 대대 전술종합훈련을 말하는 것으로 초기작전에서 3~4백KM를 걷고 퇴출할때 4~5백KM를 걸어 한달정도의 기간에 그것도 야간 산악행군 위주로 800~1,000KM를 걷는 겁니다. 학창시절  검도부 생활할때도 손가락에 꼽는 체력이였고 임관할때는 교관에게서 너 같은 후보생은 처음 본다는 정도로  체력과 걷는것에는 자신이  있었지만  이건 진짜로 인간의 인내심의 한계를 시험하는거였습니다.


 


경상북도 영천 화산에 강하해서 (화산 정상부분은 분지로 갈대밭이 정말 환상적인 멋진 곳입니다.)  초기작전 팀별로 행군하던중 안동 도산서원 근처에서 였습니다. 그날도 해질녘 팀별로  행군을 준비하고 있는데 대대장님이  1착으로 들어오는 팀에 라면 1박스를 경품으로 내걸었습니다. 그때 우리 2중대 팀원 들의 얼굴에 결연한 어떤 의지가 떠올랐습니다.  이건 라면 한박스의 문제가 아니라 그래 당연히 우리가 1등이다 하는 탑팀의 자존심이 느껴졌습니다. 그후 행군은 거의 구보 였습니다. 휴식도 없이 거의 세시간여를 내달린 끝에 우리는 대대의 모든 팀들을 앞질렀습니다.


그때 중대장님이 확실히 우리가 선두를 지킬 수 있는 방안을 내놓았습니다. 중대장님이 지도상에서 가르킨곳은  도상으로 3KM에 육박하는 대형 기차터널이였습니다. "이쪽으로 가자. 두시간 이상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 우리는 당연히 그 기차 터널로 향했습니다.  그 후로 두어시간 후 드디어 그 기차 터널앞에 도착했습니다.  하지만 막상 앞에서 본 기차터널은 너무 좁았습니다. 아마 기차터널을 직접 앞에서 보신분은  제 맘을 이해하시리라고 생각 합니다만 직접 앞에서 보면 기차 하나가 간신히 들어갈것 같습니다.  저는 부중대장으로서 중대장님께 그날 특별히 대대장님이 사령부 지침이라며 안전에 대한 당부도 있었고 하니  터널위의 산으로 가자고 건의 하였습니다 . (그 때 산전 ,수전,공수전 다 겪은 우리 팀원들의 눈빛도 모두 제게 동조의 눈길을 보냈습니다.)  그러나 강원도 탄광촌 태생의 중대장님은 완고 했습니다.  결국 우리는 기차가 오면  50M마다 있는 대피홈으로 들어가던지 아니면 군장을 벗고 바짝 엎드리면 기차를 피할 수 있다는 중대장님의 말을 듣고 터널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약 삼십분 정도 흘렀을까,  앞으로 열심히 걸어가고 있는데 앞에서 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했습니다.  그 앞으로 멀리서 가로등 처럼 보이는 것이 있길래  입구에 거의 왔나 싶어 더 속도를 내어 가고 있는데 그건 저 멀리서 달려오는 기차였습니다.  엄청난 바람과 함께 닥쳐오는 거였습니다. 저는 50M 마다 있다는 대피홈을 향해서 뛰었습니다만 이미 모두 만원, 할 수 없이 군장을 벗어 놓고 바짝 엎드렸습니다.  눈 앞에서 기차의 바퀴가 어지럽게  굉음을 내면서 지나갔습니다. 그래도 한번 경험하니까 용기가 생겼습니다.  열심히 앞으로 가고 있는데 이번엔 뒤에서 강한 바람이 불어오기 시작 했습니다.   그렇습니다. 그때 처음알았습니다. 기차가 단선으로 한방향으로만 다니는 줄 알았지 양방향으로 왔다갔다 한다는걸 그때 처음 알았습니다.  뒤에서 오던 기차는 우리를 발견했는지 기적을 요란하게 울리며  지나갔습니다.  우리는 열심히 걸어 드디어 터널의 입구로 나왔습니다. 우리는 해냈다는 안도감과 성취감으로 의기양양하게 터널을 통과 하고 있었습니다. 


 


바로 그때, "서라 , 움직이면 쏜다!!!"  우렁찬 함성이 귓전을 때렸습니다. 순간 우리는 그 소리의 방향으로 일제히 고개를 돌렸습니다. 완전 무장한 경찰병력의 총구가  강한 헤드라이트의 불빛과 함께 우리를 향하고  있었습니다.  아마 앞서 기적을 울리며 지나간 기차가 무선으로 연락을 취한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그 정도 크기의 터널은 무장한 경찰이 지킨다는것도 처음 알았습니다.  아무튼 우리는 모두 바짝 두손을 든채로 밝은 불빛 앞으로 끌려 갔습니다. 그 때 밝은 불빛에 드러난 우리의 몰골은 그야말로 무장공비 그 자체였습니다. 사실 팀별로 행군할때는 복장을 제대로 안갖추는 경우가 종종 있어서 한여름밤이니 웃도리는 벗어 러닝셔츠 바람에, 보병부대 배낭보다 훨씬 큰 군장에는 위장포를 씌워  마치 인민군의 자루식 배낭을 떠올리게 하였습니다.  더구나 마지막 열차는 석탄을 나르는 열차였는지 온통 탄가루를 뒤집어써 땀과 뒤범벅이 되어 아주 엉망이였습니다.


나는 얼른 중대장님께 상의와 모자를 꺼내어 쓰게 하고 팀원들에게도 그렇게 하도록 하였습니다.  이제 군인의 폼이 나기는 하였지만 거기의 경찰 아저씨들은 의혹의 눈길을 보냈습니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이제 부터 였습니다. 상급부대로 획인 보고를 해야한다는 겁니다.  그 즈음 특전사 행군중에 안전사고 발생으로 사령부에서 안전 행군에 관한 지침을  받은날 이런일로 보고가 올라가면 모든게 수포로 돌아감은 물론 문책을 받을게 뻔했던 겁니다. 그 자리에서 우리는 확인도 보고도 안된다고  농성에 들어갔습니다. 거기서 서너시간을 부탁도 하고 협박도 하고 해서 결국은  소리소문 없이 묻어 두기로 하고 이 터널을 벗어 날 수 있었지만 이미 늦을때로 늦어 버렸습니다.  간신히 무거운 발을 이끌고 간신히 주둔지에 도착했지만 이미 먼동이 터오고 우리는 대대 꼴찌로 들어 올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때 일등을 못해서 실망은 했지만 그 후로 신임 소위로서 훈련에도 자신이 생기고 잘 적응하게 되었던것 같습니다. 그때 특전사 전입가서 첫훈련, 뭐든지 처음이면 각별한 생각이 들지만  팀의 막내를 도와 준다고 무전기를 대신들어주고 행군하다가 쌍코피 터진 일 부터, 밤새도록 걸어서 목적지에 도착할 때 쯤, 오늘의 힘든 과정을 끝냈다는 안도감과 함께 새벽 어스름 여명에 이름모를 산 능선에서 반합에 끓여 마시던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커피가 생각납니다.  


 


저는  옷장속에 걸려만 있는, 이제는 입을 일 없는 특전복과 베레모를 보면 아직도 가슴 한쪽이 벅차오릅니다.


자부심과 긍지와 애국심, 그리고 비참함, 고통, 두려움이 공존 하던 그때.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그 시절이  참 그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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